Episode - 농성
베르제프의 성 내는 농성의 준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병사들은 저마다 정해진 위치로 향하였고, 성 밖에서는 적을 저지하기위한 바리케이트도 꼼꼼하게 설치된다.
" 그럭저럭, 반군이 몰려들기 전까지는 임전태세가 완료될 듯 하군. "
주변의 여기저기를 빠짐없이 살펴보고나서는 거즘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확신하는 우드로우. 이 때, 그의 허리춤에 착용된 익티노스가 자신의 의견을 우드로우에게 말한다.
[문제는 병사들의 사기야. 아무리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한들, 병사들이 기세에서 밀리게되면 이쪽이 궁지에 몰릴 공산이 크다 할 수 있어.]
[이건 궁지에 몰리고 어쩌고의 수준의 문제가 아니야, 익티노스.]
곧이어 들려오는 소디언 딤로스의 목소리. 우드로우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니 어느새인가 스턴이 가까이 와 있었다. 딤로스가 말을 잇는다.
[아트와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요격전에서의 참패로 병사들은 대다수가 싸울 의욕을 잃었다고 하는군. 그리고 농성전의 준비를 하면서 스턴과 함께 이곳의 병사들을 살펴봤는데, 하나같이 겁을 집어먹은 얼굴들이라 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듯 싶다.]
" 딤로스,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그 때문에 우리들이 여기서 함께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 "
[스턴, 기세가 넘치는 것은 좋다만 지금의 이 상황은 솔직히 우리들로서도 힘겨울듯 싶다. 클레멘테 어르신의 설명에 따르면 반군은 현재 숫적인 면에서도 이쪽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각개전투능력도 수준급이라고 하더군.]
[우리가 아무리 고군분투를 한다해도, 숫적으로 앞서는 저들이 사방으로 밀고 들어와서 궁전을 확보, 나아가 국왕을 사로잡게되면 우리로서는 손을 쓸 방도가 없어.]
[익티노스의 설명대로, 우리 소디언 모두가 이 점을 염려하고 있다.]
" 그럼 어쩌자는거야? 설마 여기사람들을 버리고 우리끼리 달아나자는건 아니겠지? "
[지레짐작하진 마라, 스턴. 우린 어디까지나 평범한 방법으로 농성전을 하는 것을 반대할 뿐이다.]
" 그러면 자네들 소디언들은 이 상황을 타개할 좋은 계책을 염두해둔 것인가? "
승산이 없는 평범한 농성전을 반대하는 소디언과 이에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것이냐며 넌지시 질문하는 우드로우. 여기에 딤로스가 대답을 하는데 의외로 자신감이 결여된 듯한 목소리였다.
[생각해놓은 방법이 있기는 하다. 다만... 반군의 총사령관인 아돌프가 그토록 전략과 전술에 뛰어난 자라면 이것이 통할지 어떨지는...]
"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다만, 그 방법이 적어도 대책없이 농성을 벌이는 것 보다는 조금이나마 우리에게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가? "
우드로우의 이 질문에 일단은 그런 셈이라며 불확정한 대답을 하는 딤로스. 이에 스턴이 딤로스를 굳게 움켜쥐고서 말한다.
"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잖아?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는것이 없는 것 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어? "
" 나 역시 같은 생각일세. "
우드로우 역시 스턴의 의견에 동조하였고, 이 둘의 결심을 확인한 딤로스는 가볍게 한숨을 쉬는가 싶더니 나머지 일행들도 잠시 집결시켜줄 것을 부탁한다.
잠시 후, 동서남북의 각 성벽 쪽으로 배치되었던 나머지 일행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모였으니 지금부터 이 위기를 타개하기위해 내가 생각해놓은 계책을 설명하겠다.]
적의 습격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간결하게 작전에 대해 설명을 해준 딤로스. 이후에 우드로우가 동료들에게 딤로스의 작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고, 전원이 이 작전에 수긍하였다.
" 반군이 나타났다! "
남문 방향에서 병사의 날카로운 외침소리. 그리고 경계음이 도시 전체로 울려퍼졌고, 정적이 감돌던 베르제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였다.
" 이쪽에서 결정을 내리자마자 적께서 행차하시는건가. 그럼 마중을 나가볼까! "
양쪽 어깨를 가벼이 풀어주며, 자신만만하게 적을 맞을 준비를 하는 아키드. 나머지 일행들도 각자의 무구를 챙긴다.
" 적이 공격해온다는 보고가 들어오자마자 도시의 동요가 극심해졌군. 필리아, 미안하지만 주민들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안전한 곳으로의 피난을 유도해주게! "
우드로우의 지시를 받은 필리아는 바로 그 자리를 떠나, 일부 병사들과 함께 성 안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이어서 우드로우는 크라스에게 북동으로 이어지는 성벽의 방위를 부탁한다.
" 크라스 씨의 북동방면 수비의 지휘권한에 대해선 내가 요청해서 위로부터 허가를 받았으니 서둘러 주시오! "
" 알았네. 남서방면의 수비를 잘 부탁하네! "
각 라인의 지휘를 맡은 두사람은 각자의 위치로 복귀하는 한편, 동요가 극심한 병사들을 신속하게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 상처는 좀 어때, 파라? "
" 괜찮아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쓰실 필요없어요, 루티 씨! "
여느때와 다를바 없이 긍정적이면서 기운차게 대답하는 파라에게 루티가 사뭇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보이며 다시 말한다.
" 그 발목, 짧은 시간 동안에 완치될 상처가 아니니 너무 무리하면 안돼. "
" 걱정마시래두요. 그래서 이번엔 발을 사용치 않고, 오로지 주먹으로만 싸울 셈이에요. "
두사람의 대화에 어느새인가 크라스가 살짝 끼어들어서는 파라에게 한마디를 해준다.
" 기세등등한 것은 좋지만, 반군들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은 숙지하고 있겠지? 방심은 금물이야. "
대충 보아하니 병사들의 동요는 그럭저럭 진정시키는데 성공한듯 싶었다. 이어서 크라스가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 반군이라 할지라도 적은 같은 인간이야. 가능하다면 살생은 피하도록 해. "
" 그건 어려운 부탁이에요, 크라스 씨. "
바로 크라스의 지시에 반대를 하는 체스터.
" 방패같은걸 이용해 우리 화살을 막는 것 뿐 아니라, 아키드의 주먹을 피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녀석들입니다. 어설프게 대처했다간 이쪽이 더 위험해진다구요. "
" 무모한 부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만, 그래도 들어줬으면 한다. 앞으로 파괴신들과의 결전을 대비해서라도 우리 인간들끼리의 전쟁으로 서로가 피폐해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
앞으로 필연적으로 거칠 수 밖에없는 파괴신들과의 결전을 생각하면 확실히 크라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었다만, 아무리 그렇다할지라도 무리한 부탁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살기등등한 적을 죽이지 않고, 행동불능으로 만드는 것은 죽이는 것보다 배이상은 힘든 것이라는 것을 여기 있는 일행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 정말 못말린다니깐. 정 그렇다면 그 부탁을 이행하도록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다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
갑자기 아트와이트를 등의 허리부분에서 빼들더니 전투자세를 취하며 이렇게 말하는 루티. 루티의 반응에 모두가 정면을 바라보니 적의 군세가 몰려들고 있었다. 더 이상 서로간에 대화를 주고받을 여유가 없었기에 각자 위치로 돌아가 임전태세를 갖추었다. 남서방면 역시 반군의 무리가 구름과도 같이 몰려들었다. 서서히 성벽을 향해 진군해오던 반군들은 이내 바리케이트 앞에서 정지했고, 잠시 후에 지휘관으로 여겨지는 듯한 젊은 장교가 한발짝 앞으로 나와 목청껏 외친다.
" 베르제프의 지휘관들은 잘 들어라! 지난번 야전의 전투로 인해 그쪽의 군세는 얼마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무익한 저항은 그만두고, 성문을 열으라! 이것은 항복하는 자들은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아돌프 도독의 깊은 뜻이니, 그대들은 도독께서 주신 기회를 헛되이 버리지 말라! "
항복권고에 베르제프의 수비병들 사이에서 다시금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이들의 동요를 막기위해서라도 우드로우가 성벽 위에서 한발짝 앞으로 나와 적의 지휘관을 내려다보며 묻는다.
" 아돌프 도독이 돌연히 모반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이오? 군권을 장악한 지휘관이 그 군세를 이끌고 수도를 향해 칼끝을 겨누는 행위는, 일국에 대한 명백한 반역행위라는 것을 도독께서 모를리가 없소. "
" 반역이라니 말조심해라! 이건 나라를 바로 세우기위한 혁명이다! 본래 베르제프 출신도 아닌 네놈따위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 지금 당장 성문을 열지 않으면 동서남북에서 총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
" 아니, 그대들의 행동은 명백한 반역이오! 아무런 명분도 없이, 정당성없이 군대를 이끌고 일국의 수도를 장악하려하는 것이 분명하니 우린 이곳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
" 네 이놈! 외지에서 굴러들어온 주제에 입을 함부로 놀리는구나. 괜한 허세부리지 말고 말로 할때, 성문을 열고 항복하는 것이 좋을... "
「씨잉~ 파앗~」
" 우왁!? "
지휘관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갑자기 성벽에서 날아온 하나의 화살이 그가 걸친 갑옷의 오른쪽 장식을 꿰뚫었고, 놀란 지휘관은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고 만다. 예고없이 화살을 날린 장본인은 남서방면에 배치되어 있던 나나리였다.
" 나나리 씨, 아직 싸움이 시작된 것은 아닌데 갑자기 그러시면... "
" 궁시렁대거나, 백을 믿고서 큰소리만 치는 남자는 질색이라서 말이지. "
조금 성급한 행동이 아니었느냐는 아체의 물음에 오히려 자신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당당하게 대답하는 나나리이다.
" 일개병졸이 지휘관의 명령도 없이 독단으로 화살을 날리다니....! 항복할 의사가 전혀없다는 대답으로 받아들이겠다! "
반군의 지휘관은 갑옷을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총공격의 명령을 내린다.
" 총공격이다. 북동쪽의 아군에게도 공격신호를 보내라! "
공격명령이 떨어졌고, 땅이 꺼질것만 같은 함성과 함께 반군들이 총공격을 시작한다.
" 온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이탈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라. 적이 성벽을 넘는 것을 막아라! "
적의 공격이 시작되자, 우드로우도 목소리를 높여 병사들에게 수비명령을 내렸고, 북동방면에서도 반군의 진격과 이를 저지하기위한 베르제프 군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덜그럭~ 덜그럭~」
바퀴가 메마른 땅위를 거칠게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곧이어 반군의 진영에 배치된 다수의 포대의 모습을 목격한 베르제프의 병사들은 기겁을 한다.
" 설마 성벽을 날려버릴 속셈인가!? "
적의 속셈을 깨달은 우드로우가 당황하였고, 나머지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수많은 포대들의 포구가 일제히 성벽으로 겨누어졌고, 사수들은 제각각 발사준비에 들어갔다.
" 놔둘것 같아!? "
날카롭게 외치고서 주문을 외워, 성벽의 주변 일대에 배리어를 광범위하게 펼치는 킬. 동시에 천둥소리를 방불케하는 포격음이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며 포탄들이 성벽에 명중한다.
「쿠구구궁~」
킬이 사전에 펼쳐놓은 배리어 덕분에 피해없이 적의 첫번째 포격의 위험에서 벗어난다.
" 지금이다! 모두, 사격으로 대포의 사수들을 노리도록! "
우드로우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베르제프의 병사들이 일제히 총격을 시작했고, 첼시와 나나리도 기다렸다는듯이 활시위를 당겨 포대에 배치된 사수들을 중점적으로 저격해 나갔다. 북동방면의 농성전도 비슷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기선제압을 위해 내놓은 적의 대포공격에 맞서, 루티가 배리어를 사용해 성벽을 보호했고 나머지는 원거리 공격으로 반군에게 대응했다.
「퍼펑~ 펑~」
성벽에서의 반격에도 불구하고, 반군측의 포격은 쉴새없이 이어졌다.
" 공격이 너무 거세! 우드로우 씨, 이대로가면 배리어도 오래 못버텨요! "
" 성벽이 포격으로 무너지면 적은 아무 거리낌없이 이곳을 돌파할것이네. 조금만 더 견뎌 주게! 필시 저쪽의 포격에도 한계가 있을것일테니까! "
" ....그리 오래는 견디지 못합니다... "
표정을 일그리며 오래 버티지 못함을 예고하는 킬. 땀으로 얼룩진 모습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이 보였다.
" 장군, 이쪽의 포격이 아무런 효과를 못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베르제프 측에 뛰어난 마법사들이 배치된듯 합니다. "
" 당황하지 말고, 포격을 계속해라. "
반군의 지휘관은 침착하게 공격의 명령을 이어갔다.
(과연 아돌프 도독이시군. 우리의 포격을 적의 마법사들이 막아낼 것이라는 것 조차 예측을 하다니, 대단한 선견지명이야!)
아무래도 반군의 지휘관인 아돌프는 상대가 마법력을 이용하여 포격을 방어할 것임을 이미 예상한 듯 하다. 새삼 아돌프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는 반군 지휘관. 이 때, 부장으로 여겨지는 장교가 달려와서 그에게 보고를 올린다.
" 장군, 포격을 막아내던 적의 마법력이 사라진듯 합니다. 재차 포격명령만 내려주시면 일순간에 성을 함락시킬수 있습니다! "
" 수고했다. 우리쪽도 포격은 중지한다! "
" 자, 장군. 갑자기 그게 무슨.... 포격을 중지하다니요..? "
" 정란을 비롯한 다른 공성병기를 투입시키고, 전군은 진격하여 성벽을 넘는다. "
" 아니, 장군! 그런 구식 전법으로 나갔다간 아군의 피해도 커집니다! 적이 더이상 마법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 대포를 일제히 발사하면 낙승입니다! "
" 미련한놈! 저 성벽 뒤에는 바로 베르제프 국민들의 터전이란 말이다. 포격을 했다간 성벽 너머의 도시에까지 피해가 확산된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
" 그, 그럼 좀전의 포격명령은 대체... "
" 적이 마법의 힘으로 방어를 취할것을 예견한 아돌프 도독의 명령이시다. 조금 전의 포격은 적의 마법력을 낭비시키기위한 방책. 이로서 아군의 진격해도 최소한, 적의 정술을 통한 반격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 "
조금 전까지 끊임없이 지속되던 맹렬한 포격은 마법사 타입이 마력을 수비에만 치중케하여 그 마력을 낭비시키기 위한, 처음부터 계획된 아돌프의 계책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여지없이 드러맞아, 대포공격에 배리어를 형성하여 수비에 전념하던 킬과 루티는 거의 모든 힘을 소진해 버리고 말았다.
[적의 포격이 멎었어...]
" 정말이야 아트와이트!? 하아.... 천만다행이야... 더이상 배리어를 유지할 힘도 없었는데 말이지... "
반군측에서의 포격이 중지되었다는 아트와이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루티. 동시에 양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뭔가 이상하군. 우리쪽에선 더이상 배리어를 통한 방어가 불가능한데, 어째서 저쪽은 더 이상 포격을 해오지 않는거지?]
남서방면 수비라인에서는 딤로스가 킬의 배리어가 해제되고서 거의 동시에 중단된 적의 대포공격에 대해 도리어 의문을 품는다. 이에 저쪽도 마침 탄약이 바닥나서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는 스턴의 물음에 딤로스는 이를 부정한다.
[확신까지는 못하겠다만, 뭔가 이유가 있을거야. 어쨌든 적이 포격을 멈추고 직접 성벽으로 올라오려는가 보군!]
딤로스의 말대로, 반군들이 바리케이트를 넘어 성벽으로 진군을 시작했다. 베르제프의 병사들은 저마다 사격을 반복했고, 크라스와 우드로우 일행들 또한 저마다 장기를 살려 적의 진격을 저지한다.
「쉬잉~」
재빠르게 화살을 반복하여 날리는 체스터. 그러나 적의 숫자가 워낙에 많았기에 사다리를 통해 성벽으로 기어올라오는 적병을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위로 올라왔다! 이제 성문을 열기만 하면.... "
제일 먼저 성벽위로 올라온 반군 병사가 기세좋게 소리쳤지만 그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솨악~」
" 크악! "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무르의 검에 맞아 쓰러지고 만다.
「퍼억~」
" 으윽! "
다른 방향에서 올라온 병사는 아키드가 휘두른 정권에 맞고서 그대로 엎어진다.
" 성벽위로 올라서려면 그만한 각오를 해야할 거야! "
호쾌하게 소리치며 뒤이어 사다리를 통해 올라오는 네 명의 병사들도 단숨에 때려눕히는 아키드. 파라 역시, 격투기를 최대한 활용하여 성벽으로 올라서는 반군들을 저지한다.
「타앙~ 타앙~」
" 우왓!? "
총격, 그리고 탄환에 의해 베르제프 병사들이 연거푸 쓰러진다. 놀란 아키드가 정면을 바라보니, 수십대의 정란에 탑승한 반군들이 저마다 총격을 가하고 있었다.
" 저정도의 공성병기까지 투입할 줄이야. 더 놔두었다간, 사상자가 늘겠군! "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깨달은 크라스가 바로 마법서를 펼쳐 주문을 영창, 불의 대정령 이프리트를 소환한다.
「화르르르륵~」
작열하는 화염이 정란이 위치한 곳으로 날아가, 목재로 이루어진 정란 다수를 불태워버린다.
" 피어플 플레어-! "
남서방면에서 수비를 하던 스턴도 때마침 정술을 사용하여 눈 앞에 배치된 정란들을 대파시켰다. 일행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반군은 끊임없이 성벽으로 올라왔고, 지금껏 활을 이용하여 적의 진입을 저지하던 우드로우가 소디언 익티노스를 빼들었다.
" 성벽으로 올라온 적병들은 나와 다른 동료들이 막아내겠네. 첼시와 나나리는 아직 올라오지 못한 적병들을 집중적으로 막아주게! "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나리와 큰소리로 대답하는 첼시. 이에 우드로우는 가볍게 미소를 한번 보여주고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서 적병이 이미 올라선 성벽부근으로 뛰어들었다.
" 첼시, 화살의 여분은!? "
" 예비용은 뒤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
" 그나마 다행이네. 이런 대규모 전투에선 화살의 소비는 심하니까.... 앗!? "
잠시 첼시와 대화가 오간 사이, 정면에서 두 세명의 반군병사가 도약해 들어왔다. 첼시와 나나리가 당황하여 저마다 화살을 날렸지만, 이들은 그녀들이 급하게 날린 화살을 재빨리 피해내며 돌입한다.
(빠, 빨라... 제길, 꼼짝없이 당하겠....!)
바로 눈앞까지 달려든 반군병사가 휘두르는 검에 꼼짝없이 당할 위기에 처한 나나리, 하지만 그 순간.
「휘리리릭~ 파파팟~」
" 우욱! "
나나리의 배후에서 번개처럼 날아온 수리검을 맞고 반군병사는 쓰러졌다.
" 스즈!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스즈의 이름을 외치는 나나리. 스즈는 곧장 오른손에 닌도를 비껴잡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오른손으로는 도구함의 표창을 꺼내 첼시가 위치한 방향으로 투척한다.
" 윽! "
성벽을 타고 도약하여 첼시를 노리던 반군병사의 어깨에 표창이 꽂혔고, 주춤하는 때를 놓치지 않은 스즈가 단숨에 거리를 좁혀들어와 닌도를 휘둘러 마무리를 가한다.
" 두 분, 상처는 없으신가요? "
" 쌩큐, 스즈! 덕분에 위기를 면했어. "
쾌활한 표정을 보이며 스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나나리. 첼시 역시 인사를 하려다가 표정이 변하더니 날카롭게 외친다.
" 스즈 씨, 뒤! "
「퍼억~」
배후로 접근해온 반군병사가 내지른 검이 스즈의 허리에 깊숙하게 꽂혔고, 크게 당황한 나나리와 첼시가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펑~」
" 에!? "
연기와 함께 검에 찔린 스즈의 몸이 통나무로 변하였고, 나나리와 첼시는 물론, 기습을 해온 반군병사도 크게 놀란다. 그와 동시에 그 머리위에서 스즈가 낙하하여 반군병사를 제압해버린다. 그제서야 스즈의 인술을 알아보는 두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 놀래키지좀 마! "
" 미안합니다. 그보다 두 분은 어서 성 밖의 적을 저격해주세요. 저는 이 근처로 공격해오는 적을 막으며 두 분을 엄호하겠습니다. "
" 오케이! 스즈가 엄호를 해준다면야 우린 아무 걱정없이 화살을 쏠 수 있어. 잘 부탁할게! "
스즈의 엄호가 뒷받침이 되었기에 두사람은 비로소 안심하고 활을 당길수 있게 된다. 좌측 부근에서 대기중이던 아체는 오른팔을 부드럽게 펼쳐, 영창이 끝난 마법을 성벽 아래에서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병들을 향해 시동시킨다.
" 블리자드. "
성벽부근을 중심으로 발생한 눈보라가 반군들이 위치한 곳으로 맹렬하게 휘몰아쳐서 이들의 진격을 둔화시켰다.
" 장군, 저들의 정술공격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아군의 피해가 점점 커질것 같습니다. "
" 당황하지마라. 이것도 도독께서 모두 예상하신 전개이니까. 그보다 그 작전은 어떻게 되었나? "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반군의 지휘관. 이에 부장이 이미 작전을 위해 병력의 일부를 투입하였다며, 자신있게 대답을 했다.
" 그렇다면 지금쯤 슬슬 내부로 잠입을 했겠군. "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띄우는 지휘관.
성곽에서 격한 공방전이 계속되었고, 때때로 울리는 큰 진동은 레오나가 휴식을 취하는 숙소부근까지 전달되어왔다.
" 전투가 점점 극심해지고 있는것 같아.... "
창밖너머, 멀이에 펼쳐진 성벽의 군데군데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한 레오나가 위와 같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만, 바로 트레이시가 이를 제지한다.
" 그 몸으로 어딜 나서겠다는거야. 게다가 대행자인 네가 이런 추한 싸움에 나설 필요도, 이유도 없어. 전투가 끝날때까지 얌전히 있어. "
" 저 성벽쪽에서는 동료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중이야. 이런 때에 나 혼자서 태평하게 쉬라는거야? 그렇게는 못하지! "
트레이시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서 벽쪽에 세워놓은 궁그닐의 창자루를 움켜쥐는 레오나.
" 제발 정신 차리고 내 말을 들어. 잊었어? 우리의 목표는 이슈리카를 파멸시키려는 파괴신에 대적하는거야. 무의미한 인간들의 전쟁에 합세하는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
" 이 전쟁이 어리석은 짓이라는건 지금 전장에 있는 크라스 씨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그럼에도 이 싸움에 참여한것은 무의미한 이 전쟁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을 내기 위해서라고! "
" 레오나! "
" 내가 만약, 인간이 아닌 너와 같은 발키리였더라도, 난 필시 이런 선택을 했을거야.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이 싸움에 강 건너 불구경 식의 태도나 보이는 너와는 더는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아. "
여느때 이상으로 고집을 부리며, 나가서 싸울 마음을 굳힌 레오나.
(레오나가 이렇게까지... 이게 정녕 나의 주인 오딘의 뜻이란 말인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두 눈을 다시 뜨고는 방에서 나서려는 레오나를 막아서는 트레이시. 아직도 자신을 못가게 막으려는 것이냐고 묻는 레오나에게 가벼운 한숨을 쉬며 대답하는 트레이시.
" 굳이 나가겠다면, 내 쪽이 더 일행들에게 도움이 될거야. 지금의 넌 부상을 입었으니까. "
검을 챙기는 트레이시.
" 트레이시, 설마 너도? "
" 정말 못말리는 고집이야. "
결국 트레이시도 마음을 돌려, 싸우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 분명했다. 이에 험악한 표정을 확 바꾸어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는 레오나.
" 그래, 진작에 그렇게 나왔어야지! 우리 둘이 합세하면 분명히 크라스 씨들에게 큰 힘이 될거야. "
" 아니, 나가는건 나 혼자야. 넌 여기서 쉬고 있어. "
" 뭐, 뭐라고? 그건 또 무슨소리야! "
" 부상당한 그 몸으로 나서봤자 도움이 안될테니까 말이지. "
" 그럼 나만 여기서 팔자좋게 쉬라는거야? 그런게 어딨어! "
" 여기서 몸을 회복시키는것도 중요한 일이야. 언제 또 파괴신이 보낸 마물들과 싸울지 모르는 일이니까. "
" 하지만...! "
" 더 이상 고집부리면, 내가 크라스 씨들을 도와주러 가기로 한 것도 없던 일로 하겠어. "
" 너 정말....! "
얼굴을 잔뜩 붉히는 레오나였다만, 트레이시는 결단코 이 이상은 양보하지 않을듯 싶었다. 결국, 체념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도로 주저앉는 레오나. 트레이시는 비로소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고는 준비를 마치고 방 밖으로 나갔다. 숙소에서 나선 트레이시는 주변 거리의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돌아가는것을 보고는 의아하게 생각한다. 전투는 성곽쪽에서 벌어졌기에 이 부근의 거리가 어수선할 이유가 없었다.
" 저, 적이다! "
적습소리에 반응하여 고개를 돌리는 트레이시. 거리 저편으로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몰려들어오고 있었다.
(저건 반군의 병사? 어떻게 이 도시 내부까지.... 설마 성곽의 방어선이 무너진건가?)
" 우리의 목표는 궁성의 확보다. 서둘러라! "
반군 병사들은 저마다 함성을 지르며 거리를 내달려, 왕과 대신들이 있는 궁성으로 향하였다.
「슈파팟~」
" 크억-! "
날카로운 참격에 앞장서던 두 명의 반군병사가 순식간에 쓰러졌다. 놀란 병사들이 앞을 바라보니, 트레이시가 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반군병사들은 곧장 돌파를 하기위해 트레이시에게 공격을 가하였고, 트레이시는 침착하게 대응을 한다.
(아니, 크라스 씨들이 갔는데 방어선이 무너졌을리는 없어. 이 자들은 분명 다른 루트를 통해서 이곳에 침입을 해온거겠지.)
정면의 적을 맞아 싸우던 트레이시는 뒤에서의 살기를 느끼고, 번개처럼 그 자리에서 뛰어오른다. 뒤에서 반군병사가 휘두른 검이 허공을 갈랐고, 트레이시는 그대로 낙하하면서 급습을 가해온 병사를 베어버린다. 착지한 트레이시는 바로 달려드는 반군병사를 차례차례 상대하면서 뒤를 주시해보니, 바닥의 무너져내린 구멍에서 반군병사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지면 아래에서 나타났어? 그래, 땅굴을 통해 방어선을 피해서 침입한거로군.)
일부 반군이 트레이시를 상대하는 것을 제외하곤 모든 반군들이 궁성 방향으로 향하였고, 트레이시 역시 이를 눈치챈다.
(그렇게는 안되지.)
트레이시는 자신을 포위한 반군들을 단숨에 돌파, 신속한 움직임으로 눈 앞의 건물의 벽을 박차고 뛰어올라 지붕위로 달리기 시작한다. 반군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보며 앞서 나아간 트레이시는 궁성에 부근에 도착, 건물 아래로 뛰어내린 후에 궁성으로 막 돌입하려는 반군병사 일부를 단숨에 베어버린다.
(인간들의 어리석은 싸움에 가세하는건 내키지 않다만, 할 수 없지. 내가 대신 싸우기로 약속을 했으니.)
이렇게 생각한 트레이시는 이제부터 이 궁성의 입구를 사수하기로 결정, 마음을 바로잡고 검을 적들에게로 겨누었다.
「움찔」
성벽 위로 난입하는 반군들을 상대로 정신없이 난전을 펼치던 아키드가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갑자기 뒤를 돌아봤고, 빈틈을 노리고 반군 한명이 검을 휘둘렀다.
「쨍강~ 슈팍~」
" 큭! "
리무르가 번개같이 그 사이로 들어와 자신의 검으로 반군의 검을 쳐냄과 동시에 참격으로 반군을 쓰러뜨리고는 아키드에게 묻는다.
" 전투중에 왜 갑자기 한눈을 파는거야!? "
" 도시 쪽에서 투기가 느껴져... 이건 틀림없이 트레이시의 투기야. "
" 투기.... 그럼 시가지 쪽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건가!? "
적지않게 놀라며 아키드에게 다가와 되묻는 크라스. 물론 아키드도 단지 투기를 감지했기에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만 아무튼 투기가 감지되었다는 것은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뜻, 시가지에 적이 침투하였다는 뜻이다. 잠시 후, 시가지 쪽에서 병사 한 명이 달려와 다급하게 보고를 함으로서 모든게 밝혀졌다.
" 적이 땅굴을 이용해서 내부로 침투해 왔다고!? "
보고를 받고서 경악하는 크라스. 게다가 침입해온 적들은 신속하게 궁성으로 향하였다는 보고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이런! 궁성이 함락되어 왕과 대신들이 저들의 수중에 떨어지면 이 싸움은 우리의 패배다! "
" 쳇, 그 아돌프인지 뭔지 하는 자식! 계속해서 사람의 뒷통수를 치는군! 내가 시가지 쪽으로 가서 트레이시를 지원하겠어! "
신속하게 시가지 방면으로 향하려는 아키드를 크라스가 다급히 불러세운다.
" 멈춰, 아키드! 그건 안돼! "
" 무슨 소리야!? 지원을 가지 않으면 아저씨의 우려대로 궁성이 저놈들 손에 떨어지게 된다구! 레오나는 부상중, 그렇다면 시가지에서 녀석들을 막는것은 트레이시 혼자일텐데, 혼자서 궁성을 수비하며 그 많은 반군과 맞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 아키드, 우리의 작전을 잊은거냐!? 네가 지금 시점에서 시가지 쪽으로 지원을 가면 우리의 계획은 어떻게 되겠나!? "
" 윽...! "
공성전이 시작되기 전에 소디언 딤로스가 말해준 작전. 그 작전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전선을 이탈해서는 안된다고 지침을 하는 크라스.
" 잠시 적병을 막고 있어. 남서방면 성벽으로 가서 우드로우와 이 문제에 대해 상의를 할테니! "
크라스는 자신이 남서방면 성벽에 다녀오는 동안, 멋대로 시가지 쪽으로 지원을 가서는 안된다고 아키드에게 거듭 당부를 하고서야 남서쪽 성벽 방향으로 달렸다. 북에서 서로 이어지는 성벽부근에서 크라스는 우드로우와 마주쳤다. 우드로우 역시, 병사에게 보고를 받자마자 크라스와 상의를 하기위해 전선을 잠시 동료들에게 맡기고 북동쪽 성벽으로 향하던 중이었던 것이다.
" 설마 땅굴을 이용하여 성벽을 지나 시가지로 침투를 해올 줄이야.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전법으로 공격을 해오고 있어. "
"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적은 지금 이 시각에도 궁성을 점거하기위해 움직이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트레이시가 후방에서 반군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 같은데, 아키드 녀석이 이를 돕겠다고 몹시 흥분 상태야. "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만, 아키드 군을 시가지 지원에 보낼 순 없어. 두사람은 행여라도 잊진 않았겠지? 이번 작전의 성공여부는 바로 아키드 군에게 달렸어.]
작전수행을 위해 아키드를 후방지원으로 빼내서는 안된다며 크라스와 우드로우에게 당부하는 익티노스. 간결하게 대화가 오가고, 두사람은 다시금 자신들의 위치로 복귀한다.
" 시가지 쪽으로 한 명을 지원으로 보내도록 상의를 했어. "
" 좋아, 그러면 즉시 내가... "
한 명을 후방지원으로 빼겠다는 크라스의 설명에 바로 자원을 하려고 나선 아키드이지만, 바로 크라스가 그 말을 끊는다.
" 아키드는 제외. 시가지로는 루티를 보내도록 이미 우드로우와 상의를 끝냈어. "
" 뭐라고!? 어차피 누군가를 시가지로 보낼 거라면, 나를 보내고 나머지 인원으로 작전수행을 해도 되잖아? "
" 어리광도 정도껏 부려라, 아키드! "
지금껏 없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크라스이다.
" 이 작전의 성공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은 숙지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야말로 사지로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모한 이 작전의 성공률을 그나마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육탄전과 체력적으로 우리 중에서 가장 뛰어난 네가 적격이야! 더 이상의 반론은 듣지 않겠으니, 주어진 임무에 충실히 행동하도록 해. "
곁에 있던 루티도 소디언 아트와이트를 거두어 들이며 아키드에게 한마디 해준다.
" 네가 해야할 일에 집중해. 걱정할 필요없어. 네가 하루종일 마음 속에 그리는 그녀는 내가 있는 힘껏 도울테니까. "
" 마, 마음 속에 그리다니 누굴!? 지금 그런 농담이나 할 때야!? "
" 어머나, 몹시나 당황하는걸? 정곡을 찔렸나봐? "
" 허,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시가지로 가서 지원이나 해줘!! "
" 네에~ 자, 그럼 가볼까 아트와이트? "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금 진지한 얼굴빛으로 돌아온 루티는 동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성벽의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 시가지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 자, 우리도 빨리 작전이든 뭐든 실행하자구! 이렇게 몰려오는 녀석들을 맞아 싸우기만 해선 한도 끝도 없겠어! "
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기자고 주장하는 아키드이지만, 역시나 크라스가 나서서 그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 조금만 더 기다려. 적의 정신이 완벽하게 이쪽으로 쏠렸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우리가 움직일 때야. "
농성전은 더욱 치열해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양측의 사상자 수는 급속도로 늘어갔다. 크라스와 우드로우들의 지휘 아래에 베르제프의 수비병들은 선방을 했다만, 밀물과도 같이 밀려올라오는 반군들에 의해 점차 불리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이젠 한계야 우드로우. 작전을 실행에 옮길 때다.]
" 알았네, 익티노스. 아체 군, 미안하지만 신호를 부탁하네. "
우드로우의 지시에 곁에 있던 아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은 불꽃을 하늘로 던졌다. 불꽃은 아체의 마력에 의해 방향을 바꿔 유성과도 같이 북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것은 북동쪽 성벽에서 교전 중인 크라스 일행의 육안에 바로 확인되었고, 신호를 받자마자 크라스가 동료들을 불러모아 신속하게 지시를 내린다.
" 신호가 왔으니 이제 작전대로 움직인다. 아키드와 리무르, 두사람은 지금즉시 이 성벽 밖으로 나가도록 해. 마침 우측 성곽 부분이 적의 시선이 미치질 못했으니 그쪽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해. 성벽 밖으로 빠져나가자마자 우드로우와 합류해서 그 지시를 따르도록. 알아들었지? "
두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즉시 출발하라고 지시를 하는 크라스. 아키드와 리무르는 우측 성곽으로 몰래 이동하여 반군의 눈에 띄지 않게 재빨리 성곽의 아래로 뛰어내렸다. 마찬가지로 남서쪽에선 우드로우가 스턴들에게 수비를 부탁하고 은밀히 성벽 밖으로 몸을 뺐다.
[우드로우와 익티노스가 작전수행을 위해 성 밖으로 나갔다. 이제 우린 그들의 성공을 믿고서, 전력을 다해 반군을 막아내야 한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스턴!]
" 그런건 말 안해도 충분히 알고 있어, 딤로스! "
성벽으로 올라온 반군 서너명을 단숨에 쓰러뜨리고서 잠시 숨을 돌리는 스턴에게 충고를 하는 딤로스와 그에 곧장 대답을 하는 스턴.
북동쪽에서는 파라가 반군들에게 포위됐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유연한 움직임으로 적들을 하나둘 씩 제압했다. 그러나 전투가 시작한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되었기에,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그녀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친 것은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아키드 일행이 빠져나갔기에 응당 남은 인원들 만으로 몰려오는 무수한 적들을 막아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 클레멘테 씨, 적들이 땅굴을 통해 시가지로 침입을 해서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 작전, 과연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요? "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전투중에 클레멘테에게 질문을 하는 필리아. 하지만 노련한 클레멘테에게서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기대할 순 없었다.
[거의 힘들다고 봐야지. 하지만 자네들은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도 몇번이고 경험을 해오지 않았나? 예나 지금이나 우리 소디언들은 자네들의 의지와 저력을 굳게 신뢰하고 있네.]
상황은 절박하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지침을 해주는 클레멘테. 이에 필리아도 불안했던 마음을 이내 가라앉히고는 다시금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시가지에서도 전투가 격렬해졌고 이 혼란 속에서, 공간의 일부가 일그러지더니 한 사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 이거이거, 인간들끼리의 싸움이 더욱 심해졌는걸? "
휘파람을 불며, 격렬한 전투에 감탄하는 이 사내는 일전에 갑옷의 사내에게 레오나 일행을 공격하도록 지시를 내린 그 남자였다. 사내는 주변을 잠시 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그 시선이 한 곳을 고정되었다.
" 대행자의 위치는 저긴가? 아무래도 휴식 중인가 본데. 이거 생각외로 쉽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군. 뭐, 밸카드와 램피스가 실패한 예도 있으니 최대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겠지만. "
베르제프의 내전에 휘말려 버린 레오나 일행들. 그 혼란을 틈타 파괴신의 자객이 다시금 레오나를 노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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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런데, 그것보다도 계속해서 꾸준히 올리시는 듀오님도 대단한 것 같아요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