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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 이형(異形)의 적 - 「부스럭~」 수풀을 손으로 헤쳐가며 앞으로 나오는 병사들. 이들은 무언가를 탐색하고...
by 듀오ㆍ맥스웰 / on Dec 26, 2008 15:20
Episode - 이형(異形)의 적 -
「부스럭~」 수풀을 손으로 헤쳐가며 앞으로 나오는 병사들. 이들은 무언가를 탐색하고 있었다. " 분명히 이곳으로 도망치는 것을 봤는데.. " 「슈슈슉~」 「파악~」 " 크악-!! " 어디선가 날아온 수리검이 가장 앞으로 나온 병사 서너명의 몸에 꽂혔고 이들은 고통에 못이겨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 저쪽에서 날아왔다. 잡아라! " 수리검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리는 병사들, 그러나 얼마 못가 앞장선 몇명이 다리를 부여잡고는 비명과 함께 넘어지고 만다. 자세히 보니 이들이 향하는 경로의 바닥에는 흡사 고슴도치와도 같은 날카로운 흉기가 배치되어 있었고, 앞장서던 병사들은 이것을 밟고서는 그대로 넘어진 것이었다. 병사들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정면에서는 또다시 수리검이 날아왔고 이에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날카롭게 소리친다. " 반대방향으로 해서 적을 찾는다! " 이들은 방향을 바꿔서는 끝내 적이 위치해 있을만한 장소에 도달하는데 성공한다. 그곳은 작은 언덕이었으며 적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 아, 아무도 없습니다! " " 그럴리가! " 대장이 직접 언덕 위로 올라가서는 그 아래를 내려다보니 푸른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이어서 사방을 둘러봤지만 자신들을 공격한 적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할 수 없지. 돌아간다. " " 괜찮겠습니까? " " 어차피 이번 싸움은 우리의 대승이다. 적 하나 정도를 놓쳤다해서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 " 그리고 병사들 모두가 언덕에서 유유히 내려갔다. 언덕 끝의 벼랑아래로 잔잔히 흐르는 푸른 강물에 작은 수풀더미가 떠 있었다. 수풀더미는 이상하게도 강물의 흐름의 반대방향인 북쪽으로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자세히보니 수풀더미 사이로 작은 대나무 대롱이 삐져나와 있었고, 잠시 후에는 수풀더미가 물위로 천천히 올라가는가 싶더니 그 아래에서 한 소녀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다름아닌 스즈였다. 신경을 곤두세우고는 두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 그녀는 더 이상의 적의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을 끄는 것은 일단 성공.... 교전지에서부터 남쪽방면으로 내려왔으니 크라스 씨들은 큰 무리없이 후퇴했겠지. 남은 것은 나도 다시 강을 따라 북으로 거슬러 올라가 베르제프의 진영으로 합류하는 것 뿐...) 추격받는 일행들을 무사히 후퇴시키기 위해 자청해서 남은 스즈는 큰 무리없이 적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렸고, 이제는 크라스들과 다시 합류하기위해 강을 거슬러 북쪽으로 향하였다.
" 어떠냐... 라고 물으면, 차마 눈 뜨고 봐 줄수가 없다는 것 이외에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겠더군. " 잠시 밖으로 나가서 진영의 상황을 살펴본 크라스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일행들에게 전해주었다. 그가 한 말대로 조금 전의 전투에서 대패한 베르제프의 군세의 사기는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일행들이 분투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않았다면 베르제프 군은 이미 전멸했어도 이상하지가 않았다. 어쨌든 전멸은 피했다만,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 이쪽의 지휘관이라도 유능했다면 병사들의 사기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진작에 손을 썼을텐데... " " 아니지, 킬. 지휘관이 유능했다면 애시당초 이렇게까지 일방적인 대패를 하지도 않았겠지. " 베르제프의 현 지휘관의 무능함을 한탄하는 킬과 거기에 맞대답을 해주는 크라스였다. " 그보다도 이쪽도 이렇게 쉬고만 있을 순 없잖아. 아직 스즈가 돌아오지 않았다구. " 적의 추격을 뿌리치기위해 단독행동에 돌입한 스즈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녀를 찾을 것을 주장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체스터. 레오나와 아키드 등, 몇몇 일행들도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만 바로 크라스가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 자아~ 그렇게 지나치게 뜨거워질 필요없다고. " " 이 아저씨가. 지금 그렇게 태평한 소리를 할 때야? 동료가 위기에 처했다고! " " 알고 있으니 목소리좀 낮춰, 아키드. 나도 모두와 같은 생각이지만, 우린 용병이라고는 해도 베르제프 군에 소속되어 있는 몸이야. 따라서 저 지휘관의 허락없이 단독행동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지. " " 그건 너무 억지아닌가요? 게다가 우리가 왜 거기에 따라야만 하는거죠? " 나나리가 크라스에게 위와 같이 불만섞인 한마디를 했지만, 크라스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천천히 일행들을 설득한다. " 그럼 너희들 주장대로 우리가 저쪽의 허락없이 멋대로 움직이면 우드로우, 그리고 여기 필리아의 입장은 어떻게 될까? " " 아.... " 순간 모두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대부분의 일행이 스즈의 생각만 앞섰기에 우드로우와 필리아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필리아를 바라보니 아니나다를까, 그녀의 지성미 넘치는 얼굴에서는 복잡한 심경이 드러나 있었다. " 미안해요, 필리아 씨. 저희가 너무 흥분해서... " " 괜찮습니다, 레오나 씨. " 레오나의 사과에 가벼운 미소로 대답해주는 필리아. 아무튼 우드로우와 필리아가 베르제프에 소속되어 있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 일행들은 멋대로 행동할 수가 없는 처지, 하지만 동료인 스즈가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즈는 단독행동과 잠입에 누구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동료들을 다독여주는 크라스. 지금은 그녀가 무사히 이곳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행들의 이러한 걱정은 잠시 후에 기우로 끝나게 된다. 크라스의 예감대로 스즈가 무사히 진영으로 복귀를 한 것이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 " 다친 곳은 없어? " 상처의 유무부터 얼른 묻는 파라와 괜찮다고 대답하는 스즈. 강을 거슬러 올라오느라 온 몸은 물에 젖어 있었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고, 걱정하던 동료들은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과제는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였다.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가 오갔지만,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위한 대책은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 소디언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할 까. 이 위기를 극복할 대책을 말이지. " 소디언들은 모두가 전쟁으로 숙달된 노련한 이들이었기에 크라스는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소디언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 것이다. 현재 일행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소디언은 루티의 아트와이트, 그리고 필리아의 클레멘테였다. 그러나 두 소디언들의 입에서도 마땅한 대응책은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이 상황을 타개하기는 힘들거야. 첫전투에서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었어.] [그에 비하면 저들의 피해는 거의 없다해도 무방하지. 으흠~ 실은 우리역시 누가 좋은 대응책이 있다면 거기에 매달리고 싶은 심정일세.] 첫전투의 완패가 전황이 완전히 기울도록 작용했다고 주장하는 아트와이트,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중얼거리는 클레멘테. " 딤로스나 익티노스가 이 자리에 있어도 같은 대답을 할 까? " [그 둘이 이 자리에 있다해도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할 수는 없을걸세.] 부정적인 대답을 해주는 클레멘테. 전쟁경험이 누구보다도 풍부한, 게다가 각자 지휘관의 직책까지 맡았었던 소디언들이다. 그런 이들이 이러한 대답을 준다는 것은 전황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최선의 대응책이 있다면 조언을 해달라는 크라스의 말에 아트와이트가 주저없이 퇴각을 주장했다. [이쪽 군세의 사기는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어. 이 상태에서 다시 전투가 재개되면 그야말로 개죽음만 당할 뿐이니까, 미련없이 이곳 평야를 내주고 성으로 후퇴하는 것이 득책이야.] 클레멘테도 퇴각을 주장하였고 사실 일행들도 저마다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 저 앞뒤가 꽉 막힌 지휘관이 문제라는거지.... " 크라스의 말대로 지휘관이 문제였다.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그 지휘관은 무작정 싸울 것을 주장하니 일행들로서는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 어떻게든 그 지휘관을 설득할 수 없겠어요? 이대로 싸움을 다시 시작한다면 아트와이트 씨의 말대로 모두가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구요. " 지휘관을 어떻게든 설득할 수 없겠냐고 질문을 해온 레오나이지만, 대번에 고개를 가로젓는 크라스. " 첫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대강 사람됨을 알 수가 있겠더군. 저런 타입, 결코 아랫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려 하질 않지. 뭐랄까, 일종의 우월의식이라고 해야하나? " 크라스의 이와같은 설명에 모두가 기가찰 수 밖에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때에 막사 바깥이 돌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적이 나타났다! " 보초의 외침과 함께 전투준비를 뜻하는 신호가 진영 전체로 울려퍼진다. " 저들이 다시 공격을 시작한건가? " [십중팔구 그럴 거야. 첫전투에서의 전술도 그렇고, 적의 지휘관인 그 아돌프라는 사내는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야.] 반군의 공격이 재개된 것이냐는 루티의 물음에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대답하는 아트와이트. 적이 공격을 시작했으니 더는 탁상공론을 펼칠 여유도 없어졌다. 좋든싫든 싸울 준비를 갖추고서 밖으로 나서는 일행들. 베르제프 지휘관은 이미 밖으로 나와 부하들에게 싸울 준비를 하라며 독촉을 하고 있었다. [정말 상황파악을 못하는 사내로군. 병사들의 얼굴에는 이미 싸울 의욕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는데 전투를 고집하다니.] [부하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어요. 저래서는 완전히 지휘관 실격이예요.] 지휘관의 무모한 행동에 클레멘테도, 아트와이트도 기가막혀서 저마다 위와 같이 한마디를 내뱉는다. " 이건 무모합니다. 병사들이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서 싸움을 더 고집하다가는 이번에야말로 전멸을 피할 수가 없을 겁니다. " " 시끄럽다! 네놈들은 그저 내가 시키는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을 텐데. 뭣들하나, 어서들 움직여! 왜 모두들 눈빛이 쳐져 있는거냐! 나라를 지키는 싸움이다, 정신 똑바로들 차리지 못해!? " 크라스의 의견은 단번에 무시해버리고는 병사들에게 독촉을 계속하는 지휘관, 병사들의 얼굴에서 전혀 싸울 의지가 보이지 않자 끝내는 근처에 맥없이 앉아 있는 병사 한 명을 구둣발로 세차게 걷어찬다. " 일어나지 못해!? 지금 명령에 불복종하는거냐! " 크라스도 다른 때와는 달리,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다시금 지휘관을 설득했다. " 큭... " 베르제프의 대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비로소 눈 앞의 현실을 깨달은 것일까, 지휘관의 신경질적인 태도가 조금이나마 누그러진다. 크라스가 이어서 말한다. " 반군에 맞서라는 대임을 맡은 당신이 오히려 처참하게 패배를 한다면, 더군다나 여기 병사들의 대다수가 대신들 개인이 거느리던 사병들, 이들을 모두 죽음으로 내몰고서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당신도 위에서부터의 문책을 결코 피할 순 없을 겁니다. " " 으... 그, 그럼 어쩌자는거냐! 이대로 물러나도 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좌천되고 말거야! " " 즉시 여기서 물러나야합니다. 이대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으니까요. 살아만 있으면 이 패배를 만회할 기회가 반드시 당신에게도 주어질 것입니다. " 계속되는 크라스의 설득에 고집불통이었던 베르제프 지휘관도 비로소 퇴각의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적의 군세는 더욱 가까워졌고, 이에 몇몇 병사들은 무단으로 진영을 이탈, 각자 살아남기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 후, 후퇴해라! 진을 버리고 후퇴! " 마침내 지휘관이 후퇴명령을 내렸고, 그나마 군기에 묶여서 각자 위치에 자리잡고 있던 병사들은 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앞다투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 이런 식으로 도망을 가면 저들의 추격으로 피해가 더더욱 커질 텐데요. " 추격을 염려하는 킬. 다른 동료들도 적의 추격을 걱정하였다. 전쟁이란 퇴각하는 쪽이 불리한 입장에 서게된다. 따라서 어떻게 퇴각을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추격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부 결사대가 후미에 남아 적의 발목을 최대한 잡아놔야 하는 법, 하지만 베르제프의 병사들은 모두가 달아나기에 정신이 없었다. " 그럼 우리가 막아야죠. " 궁그닐을 가지런히 잡으며 자신들이 적의 추격을 뿌리칠 것을 주장하는 레오나였다. " 저 한심한 녀석들을 위해 또 우리가 방패막이를 해줘야한단 말인가. 정말이지.... " 양손을 털어내면서 베르제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내뱉는 아키드. 불만인 것은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 아무튼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 번, 저들의 발목을 붙잡아 놓는다. 베르제프의 병사들이 본 성으로 모두 후퇴할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서는 우리도 성으로 돌아간다. 이후의 싸움은 그때가서 다시 논의를 하도록 하지. " 크라스의 최종적인 설명을 들은 동료들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드디어 아돌프의 정예병들이 진의 정면으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 물러서! " 눈 앞의 동료들에게 물러날 것을 지시하며 정면을 향해 활을 겨누는 체스터, 동시에 나나리와 첼시도 나란히 활을 정면으로 난입하는 적병에게로 겨눈다. 「씨잉~」 시위를 떠난 화살들, 하지만 적들은 미리 준비해온 커다란 방패를 앞세워 화살공격을 무력화시킨다. " 젠장, 방패를 앞세우다니 짜증나게 하는군! " 자신들의 화살을 막아내며 달려드는 병사들에게 짜증을 표출하는 체스터. 곧바로 레오나가 앞으로 튀어나와 정면으로 달려드는 적병을 막아선다. 그와 동시에 아키드와 파라가 각각 몰려오는 적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고, 리무르와 스즈, 그리고 루티는 각자 민첩한 움직임을 최대한 활용하여 적진을 교란시켰다. " 킬, 공격지원은 아체의 마법과 필리아의 정술, 그리고 내 소환술로 대신할 테니 넌 정면에서 싸우는 동료들의 방어와 회복보조에 치중해줘! " " 알겠습니다, 크라스 씨! " 대군을 상대로 분전하는 레오나 일행들. 베르제프 군의 진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 저런~ 한바탕 전투를 시작한 듯 한데? " " ...... "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를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사내, 다른 한 명은 대답없이 침묵만을 지킬 뿐이었다. 곧이어 다른 사내가 다시 말을 잇는다. " 정말이지 인간들이란 볼 수록 재미난 족속들이야. 세계각지의 마물들의 공격이 잠시 중단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 패를 나누어 치고박고 싸우다니 말이야.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 ..... " " 너무 딱딱한 걸~? 오로지 마신님의 명에만 충실히 따르겠다는 건가. 나야 아무래도 좋지만. " " ..... " " 뭘 해야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대답정도는 하라고. 얼굴까지 그렇게 철갑으로 뒤집어 쓰고 있으니 표정도 파악이 안된다고. " " .....명령에... 절대... 복종... " " 좋아좋아. 그럼 난 먼저 돌아갈테니 잘 부탁해. " 말많은 사내는 이렇게 한마디를 남기고는 공간의 틈새를 통해 모습을 감추었고 이제 그 자리에는 침묵의 사내만이 남게된다. 사내는 전신에 검푸른 바탕의 철갑옷을 걸치고 있었으며 철갑 투구가 씌어져서 얼굴조차 볼 수가 없었다. 허리에는 한 자루의 검이 갖추어져 있었고 그의 몸, 전신에서는 사기(邪氣)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흡사, 먹구름과도 같은 그 사기는 철갑의 주변을 맴도는가 싶더니 이내 사내의 몸에서 떨어져나와 하나씩 형상화를 이룬다.
전투를 통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크라스는 가까운 곳에서 사악한 기운을 감지해내고는 바로 옆에 있는 아체를 바라보았고, 그녀 역시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 모두들 조심해! 가까운 곳에서 마물의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 " 크라스가 동료들에게 충고를 하고서 그 사악한 기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한다. (하지만 이건 대체 뭐지? 이런 이질적인 기운은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 잠시 후, 가장 정면에 있던 공격을 해오던 병사 서너명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모두가 놀라서 쓰러진 병사들을 바라보니 검은색을 띄고 있는 길고 날카로운 물체가 그들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뒤이어 바닥을 뚫고 올라온 가시와도 같은 날카로운 검은 물체들이 다수의 병사들의 몸을 꿰뚫었다. " 아래에서 공격이야! " 킬의 외침, 동시에 파라가 기합과 함께 오른쪽의 강권을 바닥에 내리꽂는다. 「쿠콰콰콰쾅~」 바닥이 파괴되면서 병사들을 급습한 마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뭐야, 저건?? " 나타난 마물의 모습을 확인하고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아키드. 의아하게 여기기는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지금까지 봐온 마물들과는 전혀 달랐다. 먹구름과도 같은 기이한 기운이 뭉쳐서 이족보행을 하는 괴물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 우와아아악!! " 후방에서 진입하던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비슷한 형상을 한 마물들이 난입하여 반군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마물들의 습격에 견디지 못한 것인지 반군들은 재빨리 후퇴를 하기 시작했고, 마물들은 도망가는 병사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서 오히려 레오나 일행들을 포위한다. [도망가는 이들을 내버려두고 우리를 포위하다니. 저 괴물들의 표적은 아무래도 우리들인 듯 하구먼.] 마물들의 표적이 자신들이라고 직감하는 소디언 클레멘테. " 오히려 잘됐어. 상대가 마물이라면 우리들도 사양않고 공격을 할 수가 있거든! " 자신있게 외치며 정면의 마물에게로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는 아키드. 「휘잉~」 " 얼레?? " 아키드는 자신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듯한 가벼움에 이상하게 여기며 정면을 똑바로 응시했다. 분명히 눈 앞에는 목표로 삼은 마물이 서 있었다. " 이런! " 재빨리 뒤로 물러난 아키드는 곧이어 몸의 반동을 이용해 단숨에 거리를 좁혀 이번에는 돌려차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아키드의 발에는 아무런 느낌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의 공격으로 아키드도 주변의 동료들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발차기가 마물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는 것을. " 아키드의 발차기가 녀석의 몸을 그냥 통과한건가? 이걸로 다시 확인을 해보겠어! " 나나리가 침착하게 활을 사용했고, 화살촉은 마물의 몸을 관통하여 뒷쪽의 바닥에 꽂혔다. 그러나 마물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천천히 일행들에게 접근해온다. " 우리의 공격이 안통한다는 건가? 무슨 속임수인지는 몰라도, 멍하니 당하고만 있을것 같아! " 아키드는 곧장 마물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주먹과 발차기를 연이어 시도했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다. " 전부다 허상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이놈들도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를 줄 수가.... " 「푸욱~」 " !! "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아키드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반사적으로 왼쪽 어깨를 내려다본다. 자신의 왼쪽 어깨를 꿰뚫은 송곳과도 같은 마물의 팔. 그리고 지금의 공격은 결코 허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상처부위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 으윽! " 통증을 참아내고서 적의 추가적인 공격을 방지하기위해 재빨리 동료들이 위치한 자리로 물러난 아키드. " 괜찮아!? " 파라가 다가와 치유공으로 상처를 치유했고, 그 동안에 첼시가 정면으로 연이어 화살을 쐈지만 역시나 마물들의 몸체를 허무하게 통과하기만 한다. " 놈들의 몸을 그냥 통과하는 걸로 봐서는 허상인데, 저 허상과도 같은 녀석들의 공격에 아키드가 이렇게 상처를 입었어. 대체 무슨 속임수를 쓰는거지? " 느릿느릿하게 다가오는 마물들을 바라보며 적이 부리는 기괴한 술법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을 반복하는 크라스. 그 때, 킬이 한발짝 나오더니 주문영창을 시작한다. " 일단은 저 적이 어떠한 존재인지 확인하는게 급선무예요. 일단 이걸로 어느정도 해답은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톤 월! " 정술을 이용한 바위의 벽들이 여기저기에서 치솟아 천천히 다가오는 마물들이 진로를 완전히 봉쇄해버렸다. 「콰지직」 그러나 곧장 마물들의 검은 팔이 바위의 장벽을 꿰뚫거나 혹은 베어내버리고는 유유히 일행들에게로 접근을 해왔다. 바로 스즈가 허리에서 수리검과 표창을 꺼내 투척을 했지만 역시나 마물들의 몸을 통과해버리고 만다. " 일단 한가지는 확실해졌군요. " 아체가 말한다. " 우리의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저들은 우리에게 물리적인 공격을 해오고 있어요. " " 이쪽은 어떤 공격도 안먹히는데 저쪽은 마음대로 우리를 공격하다니, 이건 완전 반칙이잖아! " 아체의 설명을 듣고서 이건 말도안돼는 싸움이라고 주장하는 루티. 이에 옆에 있던 필리아가 반론을 펼친다. " 아뇨, 꼭 이쪽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확실히 저희의 공격은 저 마물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공격 뿐이었어요. " " 필리아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물론, 방금 전에 킬이 정술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공격용으로 사용했던 것이 아니니까 논외로 쳐야지. " 필리아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하는 크라스. 그녀의 주장, 바로 정술을 통한 공격이었다. " 그렇게 결정이 되었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겠지? " 루티가 이와같이 말하더니 아트와이트를 가지런히 잡고는 주문을 영창, 정면의 마물들을 향해 얼음속성의 정술을 시전한다. " 프리즈 랜서! " 대기중에서 결빙된 마력의 고드름이 마물들에게 쇄도, 정술이 명중하자 마물들의 몸이 분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 좋았어, 효과가 있다는 것이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인데? 필리아의 예상이 제대로 들어맞았는걸! " 마물들이 힘없이 분해되어버리는 것을 확인하고서 루티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도 환호한다. " 잠깐, 안심하기는 아직 일러! " 긴박한 목소리로 동료들의 경계심을 일깨워주는 크라스. 루티의 정술이 적중한 부근을 자세히 살펴보니 분해된 마물들의 파편이 먹구름과 같은 형상으로 바뀌더니 그것은 차례대로 사람과 같은 체형으로 변화한다. " 되살아났다!? " " 분해된 마물들의 파편 하나하나가 각자 독립된 형태로 변화했어요. " 되살아났다며 경악을 하는 레오나, 침착하게 마물의 형태변화를 분석해서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는 필리아. 뒤이어 크라스도 덧붙여 말한다. " 저래가지고는 되살아났다기 보다는 분열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알맞겠군. 오히려 개체수가 더 늘어나버렸어.... " " 하지만 저들에게 대처하려면 역시 마법이나 정술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듯 하네요. 크라스 씨도 눈치채셨죠? 확실히 개체수는 늘어났지만 사악한 기운의 파장은 조금 전보다 줄었다는 것을... " " 아체의 말대로 분열과 함께 아무래도 놈들의 힘도 나누어진 듯 하군. 역시 마법과 정술로 상대할 수 밖에 없겠어. 무엇보다도 이쪽의 물리적인 공격은 저들에게 아무 피해를 입히질 못하니까 말이지. " " 그렇다면 우리도 저희도 함께 하겠어요. 킬이나 필리아 씨 정도는 되지 못하지만, 저희도 기본적인 정술은 다룰 수 있으니까요. " 합세하겠다고 나선 레오나. 그 외에도 리무르와 나나리, 정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일행들이 합류하였다. 아키드도 즉각에서 정령빙의를 하려고 했지만, 크라스가 이를 제지하였다. " 너무 불타오르지 말라고. 게다가 정령빙의를 하면 체력이 극도로 소진되잖아. 넌 최후의 최후를 대비해서 우리가 저들을 처리하는 동안 쉬어두도록 해. " " 최후의 최후? 그게 무슨 뜻이야, 아저씨? " 의미심장한 말에 그 뜻에 대해 질문하는 아키드. 크라스가 간결하게 대답을 해준다. " 저 마물들이 뿜고 있는 사기(邪氣)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이거지. " " 뭐야 그게? 알기쉽게 설명하라고! " " 이쪽에서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여기까지야. 자, 정술을 다루지 못하는 인원은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어. 행여라도 정술과 마법의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도록 각자 주의하도록 하고. " 「콰직~」 바닥이 부서지더니 크라스의 발밑에서 다른 마물이 튀어나왔고, 레오나는 반사적으로 궁그닐을 휘둘러 마물을 베어버렸다. " 쿠오오오~ " 마물은 비명인지 음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조금 전의 정술을 맞은 것과 마찬가지로 분열을 한다. " 에... 궁그닐을 맞고서... 분열을 했다... ? " " 그 창은 현재 레오나 씨의 번개의 마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력이 실린 궁그닐은 저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듯 하네요. " 어리둥절해 하는 레오나의 곁으로 다가와 위와 같이 설명을 해주는 아체는 고속영창으로 정면의 마물들을 향해 마법을 구사한다. 물기둥이 여기저기서 치솟으며 그 수압에 여러마물들이 몸이 분해되어버린다. 그 동안에 크라스는 소환술 준비에 들어가며 레오나에게 신속하게 지시를 내린다. " 주문영창 동안에 술사는 무방비가 될 수 밖에 없으니 레오나가 궁그닐을 이용해 우리를 엄호하면 되겠군. 킬은 방어위주에 경우에 따라서는 공격보조에 합세를 해주고, 리무르와 나나리는 하급정술로 역시나 공격보조, 그 후에 아체와 필리아, 그리고 내가 상급주문으로 마무리를 짓도록 하지! " [루티, 공격은 다른 동료들이 맡아서 해줄테니 우린 회복정술에 치중하는게 좋겠어.] " 알고있어, 아트와이트! " 각자의 포지션에 맞추어서 행동에 돌입하는 일행들. 정술과 마법의 공격에 분열과 분열을 거듭하는 마물들은 조금씩이나마 소멸해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일행들의 마력소비도 부담이 되었지만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처리할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었다. 「퍼엉~」 " 읏...! " 바닥에서 튀어나온 송곳과도 같은 마물의 팔이 레오나의 다리를 스쳤고, 그녀는 반사적으로 궁그닐을 휘둘러 마물의 머리를 찍어누른다. " 레오나! " " 괜찮아요, 루티 씨. 다행히 스쳐지나갔어요. " " 물러나, 지금 소환술을 시전한다! " 크라스의 지시에 레오나가 뒤로 한걸음 물러섰고, 바로 마법진이 활성화되면서 정령이 소환된다. " 실프! " 바람의 대정령의 주변으로 칼날과도 같은 바람이 휘몰아쳤고, 그 바람은 범위에 위치한 마물들의 몸을 가차없이 찢어버린다. 미세한 크기의 형상으로 활동하던 마물들은 마침내 소멸하기 시작했고, 반복되는 마법과 정술공격으로 자연스럽게 그 개체수는 줄어들었다. " 이것으로 전세는 우리가 유리해졌어요. " 침착하게 정술을 사용하면서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해졌음을 알려주는 필리아. 동료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크라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에게는 아직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저들의 이질적인 기운이 마음에 걸린단 말이야. 저들의 움직임은 겉으로는 분간할 수 없을지 몰라도 자세히 보면 통일되어 있어. 마치, 한 명을 상대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야...) 교전이 어느정도 지속되고서, 갑자기 마물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고, 일행들은 경계를 늦추지않고서 대응준비를 했다. " 쿠으으으으 " " 대체 뭐야, 저 짜증나는 소리는!? " 음성인지 음파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기괴한 소리를 내뿜는 마물들, 체스터는 귀를 틀어막으며 곤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잠시 후, 마물들의 형상이 안개처럼 흩어져버리더니 그것은 하나의 먹구름처럼 변하여 후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먹구름과 같은 사악한 기운이 조금씩 사그라드는가 싶더니 그 중심부에서 사람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 사람의 그림자? " 여전히 경계를 하면서 상황을 끝까지 지켜보는 레오나 일행. 검은색의 기운이 시야에서 모두 사라짐으로서 일행들은 비로소 눈 앞에 나타난 형상을 똑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검푸른 갑옷을 걸치고 있는 수수께끼의 검사였다. " 보는 것 만으로도 갑갑해지는 철갑이로군. 대체 뭐하는 녀석이지? " 철갑옷을 걸친 검사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자마자 짜증스럽게 한마디를 내뱉는 아키드. 아체는 검사의 모습을 최대한 관찰하고서는 어느정도 가설을 내렸다. " 아무래도 저것이 적의 정체인 듯 싶군요. 저 검사의 갑옷의 틈새로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검은 기운, 필시 저것이 조금전까지 우리들이 상대했던 마물로 형상화된 것이겠죠. " " 과연... 쉽게말하자면 저 자가 마물들의 지휘관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 갑옷에서 나오는 사악한 기운을 형상화시켜서 자신의 뜻대로 통제를 한다.... 그래서 좀 전의 마물들도 모두가 통일된 움직임을 보이는 거였어. " 어느정도의 수수께끼가 해명되었다고 생각한 크라스는 조금이나마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위와 같이 중얼거렸다. 한편, 아키드는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한발 짝 앞으로 나오더니 크라스에게 말한다. " 아무튼 아저씨가 말한 최후의 최후란 바로 저 녀석을 가리키는 것이겠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 군. 좋아, 이제부터는 우리들에게 맞기라구! " 아키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라도 앞으로 나와 그 옆에 나란히 서서 전투준비에 들어갔고 스즈와 리무르, 체스터를 비롯한 궁수 세 명도 표적을 철갑의 검사에게로 고정시킨다. " 적... 제거... 한다... " 침묵을 지키던 갑옷의 검사, 투구로 가려진 얼굴 속에서 나지막하게 한마디가 나왔고, 이내 허리의 검집에서 검을 뽑아서 그 칼 끝을 일행들에게로 겨눈다. 베르제프의 내전에 휘말려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는 레오나 일행들은 설상가상으로 파괴신이 파견한 자객을 맞아들이게 된 것이다.
Signature by "듀오ㆍ맥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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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옷녀석 정체도 뭔가 맘에 걸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