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 역공 -
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레오나는 역시나 초조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이따금씩 창문 너머를 바라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창문 너머에서 검은 연기가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하고는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고개를 내민다.
" 어째서 시가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거야? 설마, 반군들이 외각의 성벽을 돌파한건가!? 더 이상 얌전히 있을 순 없겠는걸! "
" 그래, 상황이 안좋으니 서두르는게 좋지 않겠어? "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밑을 내려다보는 레오나. 왠 낯선 사내가 시가지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 레오나를 바라보더니 재밌다는 듯한 웃음을 짓는다.
" 마침 나도 대행자의 힘을 한 번 구경해보고 싶었고 말이야. "
" 나를 대행자라고 부른다면... 파괴신의 자객!? "
" 정답. 알아봤으면 어서 궁그닐을 갖추고서 내려오도록 해. 그쪽에서 준비가 끝날때까진 얌전히 기다려 줄테니. "
레오나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즉시 무장을 갖추고는 빠른 발걸음으로 층계를 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과 마주한다.
" 내가 준비를 갖추고 나오기를 기다리다니, 파괴신의 자객답지 않게 꽤나 신사적인걸? 무슨 꿍꿍이 셈이야? "
" 이거이거, 모처럼 호의를 베풀었다 생각했건만 오히려 그런 태도를 보이니 가슴 아픈걸. "
" 내 목숨을 노리는 자객이라면, 내가 비무장에 무방비일때 급습을 하는 것이 일반적. 그런데 오히려 정정당당히 승부를 제안해오니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
" 특별히 꿍꿍이가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 전신 오딘의 대행자로 선택된 자와 직접 겨루어 보고 싶었을 뿐이지. 물론, 난 주인인 파괴신의 명에 따라 너를 제거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이다만, 그렇다고 암살로 끝을 내버리면 내가 너무 맥이 빠져버리거든. "
"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거야!? "
" 즉, 명령을 수행하되 이왕이면 대행자인 너와 한 번 정면으로 겨루고 싶다 이 뜻이지. 강자와의 싸움은 언제나 내 기분을 고조시켜 주거든. "
즉, 이 자객은 파괴신의 명령 뿐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인 순수한 싸움을 즐기기위해 급습이 아닌, 정면승부를 요청한 것. 여기에 레오나가 묻는다.
" 강자라... 너희 파괴신과 마물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이 유약한 인간인 나를, 강자로 여기고서 승부를 걸어오는거야? 대단한 영광이군요. "
" 그다지 유약하지도 않던데? 꺼지지 않는 불꽃의 힘을 다루는 베인스를 베어버렸을 뿐더러, 대지의 힘을 개방한 램피스마저도 그 지경을 만들 정도이니 이 정도면 스스로가 강자임을 충분히 어필한 셈이지. "
이미 상대방은 레오나를 강적으로 인지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력을 보이려고 하는 듯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는 자신의 오른손 위로 힘을 집중시켜, 날렵해 보이는 검을 소환하여 전투자세를 취하는 자객. 여기에 레오나도 궁그닐의 창끝을 상대에게로 겨누며 말한다.
" 이유야 어쨌든, 진심으로 나와 정면으로 대결하고 싶은가 보네. 그렇다면 내 쪽이야 아쉬울 게 없지. 고맙다는 인사는 이 창으로 대신 해주겠어! "
" 순순히 내 도전에 응해주어서 고맙군. 조금 늦었다만, 소개를 해두도록 하지. 애쉬엘, 이게 내 이름이다. "
"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어차피 지금부터 둘 중의 하나가 죽어야 이 싸움이 끝날텐데! "
레오나가 말을 마치자, 양 손에 굳게 쥐어진 궁그닐에서 투기가 발산되기 시작했다.
" !! "
궁성입구를 단신으로 사수하던 트레이시가 격전의 와중에 무언가를 느끼고 순간 움직임을 멈춘다. 빈틈을 노리고 반군 병사 한 명이 창을 휘둘렀지만, 그녀는 이내 본래의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며 단숨에 상대 병사를 제압해버린다.
(내게 전해진 이 파동은 레오나의 힘. 그쪽에도 반군들이 공격을 시작한건가? 아냐, 잠깐! 이 사악한 기운은 설마!?)
그러나 깊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반군들도 어떻게든 입구를 돌파하기위해 필사적으로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이며 반군들을 상대하는 트레이시.
(하필이면 이런 때에... 어떻게든 여길 빨리 정리하고 레오나가 있는 곳으로 합류해야...)
초조함은 허점을 부르는 법. 그것은 트레이시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좌우로 동시에 달려들어오는 병사의 검을 피하다가 그만 발을 실족하여 뒤로 넘어지고 마는 트레이시.
" 지금이다! "
반군들의 창칼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쇄도하는 순간,
" 아이스 토네이도-! "
얼음파편을 머금은 차가운 회오리 바람이 앞장서 달려들던 반군병사의 일부를 휩쓸어 버린다.
" 다급한 상황에서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는거야? "
트레이시를 나무람과 동시에 그녀의 옆으로 가볍게 착지하는 루티. 트레이시는 비로소 그녀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었음을 깨닫는다.
"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
"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여길 수비하러 온거지. "
[잡담은 나중에 하도록 해. 지금은 적을 막아내는게 최우선이야.]
" 들었지? 지금은 아트와이트의 말대로 저들을 막아내는걸 우선적으로 해두자고! "
이렇게 말하더니 민첩하게 반군들의 틈새로 파고들어 일순간에 서너명을 베어 쓰러뜨리는 루티. 여기에 질세라 트레이시도 자신에게 다시금 달려오는 병사들을 단숨에 밀쳐내고서 루티와 서로 등을 맞댄다.
" 미안하지만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내가 잠시 떨어진 틈에 파괴신의 부하들이 또다시 레오나를 노리기 시작했어요. "
" 뭐어? 그게 정말이야!? "
" 아무래도 여긴 루티 씨에게 맡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군요. 한시라도 빨리 레오나에게로 돌아가야... "
「쿠콰쾅~」
트레이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녀들의 눈 앞에서 폭발이 발생, 밀집해 있던 반군병사들의 일부가 휘말려들고 말았다.
" 우와악! "
뒤이어 귓가로 흘러들어오는 병사들의 비명소리. 폭발 후의 연기속에서 검은 연기와도 같은 것들이 무수히 나타나 병사들을 공격했다.
" 저, 저놈들은!? "
놀라는 것도 잠시, 트레이시와 루티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들의 주변은 이미 검은 형체들이 애워싸고 있었다.
" 또 이놈들이야? 정말이지 질리지도 않고...! "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위와 같이 중얼거리는 루티. 그리고 검은 형체들의 틈새 속에서 이전에 싸웠던 갑옷의 검사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갑옷의 틈새로부터는 변함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고, 이것을 눈여겨본 트레이시는 대충 짐작을 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 이 마물들 전부가 저 갑옷을 통해 생성되고 있어. 그렇다면 저걸 제거해야... "
" 말처럼 쉬운게 아니야. 저 녀석에겐 주문공격이 전혀 안통할 뿐만이 아니라, 아키드의 맹공마저도 견뎌내는 터프함을 갖추고 있다고. "
한 번 싸워본 경험이 있기에 충고를 하는 루티이지만, 트레이시는 이에 귀를 전혀 기울이지 않고는 검을 비껴잡고서 갑옷의 검사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 !! 윽...! "
주변의 검은 형체들이 창끝과도 같은 날카로운 형태로 변형되는가 싶더니 무서운 속도로 트레이시를 덮쳤다.
「콰지지직~ 」
때마침 루티가 아트와이트의 힘으로 트레이시의 눈 앞에 얼음의 장벽을 소환, 적의 공격으로부터 그녀를 지키는데 성공한다.
"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 쉽게 볼 상대가 아니라고 충고했잖아! "
" 하지만.. "
" 레오나를 걱정하는 기분은 잘 알지만, 급한 마음에 아무 대책도 없이 덤벼드는건 트레이시 답지가 않아. 잠시 머리좀 식히는게 어때? "
이에 숨을 고르면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트레이시. 적은 완전히 자신들을 포위한 상태. 어느 한쪽을 노려서 돌파를 시도하려해도, 좀 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뿐.
" 그럼 루티 씨에겐 어떤 계책이라도 있는 건가요? "
" ....미안하지만 그런건 없어. "
계책이라도 있느냐는 트레이시의 반문에 루티는 한숨을 내쉬며 그런 것은 없다는 답변을 해준다. 정술은 물론 물리적인 공격에도 강한내성을 지니고 있는 강적이 이 시점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으니, 루티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 상황은 절망적이다만.... 너와 내가 연계를 한다면 어떻게든 희망을 찾을 수도 있겠지. "
" ....전혀 도움이 안되는 답변이군요. "
" 아무렴 앞뒤 안가리고 달려드는것만 할까. "
대화가 오가는 중에 마물들은 서서히 그녀들과의 거리를 좁혀왔다. 이에 트레이시는 검을 바로잡고서, 자신을 중심으로 섬광진을 시전했다. 원형의 빛의 진이 형성되자, 마물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되어 갔다.
"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만 역시나 빛이 약점이었군. 그렇다면.... "
곧장 주문공격을 시전하는 트레이시.
" 프리즘 프레셔! "
공중에서 낙하하는 섬광의 파편들이 마물들의 몸에 꽂혔고, 공격을 받은 마물들은 흡사 가루처럼 변하여 사방으로 흩어졌다.
[트레이시의 빛의 정술이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 듯 하네. 주공격은 저 아이에게 맡기고 우린 백업을 해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루티]
" 보아하니 그래야할 것 같네. 무엇보다도 나는 물과 얼음 이외의 속성은 다룰 수가 없으니깐. "
[그보다 괜찮겠어?]
갑자기 루티에게 괜찮느냐고 묻는 아트와이트. 그도 그럴 것이, 시가지로 지원을 오기 전에 성벽 수비전에서 이미 상당량의 힘을 허비한 루티이다. 마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루티이지만, 마스터인 그녀가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라는 것을 아트와이트는 잘 알고 있었다.
" 확실히 조금 힘에 부칠것 같긴 하다만.... 그렇다고 이런데서 주저앉아 태평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없잖아? 그리고 지친 것은 나 뿐이 아니란 것을 아트와이트도 잘 알고 있을테니 괜한 소리는 하지 말아줘. "
힘든 것은 자신 뿐이 아니라며, 아트와이트의 질문에 답해주는 루티.
[...루티의 말대로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네. 지친 것은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지. 그렇다면 나도 최선을 다하여 마스터인 너를 보조하도록 하겠어.]
마스터의 의기에 호응해주는 아트와이트. 동시에 소디언의 코어 크리스탈도 광채를 발산했다.
" 말 잘했어, 아트와이트. 우선은 이 귀찮은 것들을 모두 없애고서, 갑옷녀석에겐 일전의 빚을 제대로 갚아주자! "
" 마왕염격파!! "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성벽으로 올라오던 반군병사들이 저마다 화염에 휩싸여 밑으로 추락한다. 이윽고 스턴은 상체를 수그려 소디언에 몸을 맡긴 채로 숨을 몰아쉰다.
[스턴!]
" 알고있어!! "
딤로스의 부름에 바로 몸을 바로세워, 추가적으로 성벽으로 올라오는 적들에게 소디언을 휘두르는 스턴. 허나 역시나 지친 것인지, 처음과 같은 예리한 움직임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에 아체가 하급마법으로 스턴을 노리던 적을 처리하고는 곁으로 다가간다.
" 많이 피로해 보이시네요. "
" 괘... 괜찮아! 이 정도 쯤이야... "
숨을 몰아쉬면서도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자신있게 대답을 하는 스턴. 하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더 이상의 장기전은 무리일 듯 싶었다. 아체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나나리와 첼시, 그리고 스즈도 힘든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해가 누적되면서도 반군은 서서히 성벽으로 올라왔고, 어느새부터인가 성벽 위에서 베르제프와 반군들의 난전을 벌이는 혼란스러운 상황까지 벌어진다.
(이 이상 저들의 진입을 허용하면, 성벽의 사수는 힘들어질 터.... 그렇다면.)
무언가 결정을 내린 아체가 한발짝 앞으로 나선다.
" 아체, 그렇게 앞에 나가 있으면 위험해. "
스턴이 위험하다고 만류하자 그녀가 대답한다.
" 이렇게라도 해야 저들이 추가적으로 성벽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영창을 하는 동안 호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 뭐, 뭐를 어쩌려고? "
" 고대주문을 준비하겠습니다. "
" 고, 고대주문!? "
" 마물이나 요마족도 아닌 인간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만, 상황이 이러하니 어쩔 수가 없겠어요. "
말을 마치자, 곧장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하는 아체.
" 고대주문이라니... 대체... "
[스턴! 지금이 그런 불필요한 말을 할 때인가!? 서둘러 아체를 보호해라.]
매섭게 소리치는 딤로스. 스턴은 이를 악물고 분연히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아체의 곁을 호위, 그녀의 근처로 다가오는 반군들을 막기 시작했다. 뒤에서 정술로 동료들을 지원해주기에 여념이 없었던 킬은 마침, 아체의 주문영창하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나나리를 부른다.
" 나나리, 아체가 주문을 영창하고 있어. 스턴 씨 만으로는 호위가 버거울 것 같아! "
" 오케이, 맡겨둬! "
지원요청을 받자마자, 성 바깥쪽을 향해 고정시켰던 활시위를 돌려 아체와 스턴의 엄호에 들어가는 나나리. 첼시는 변함없이 성벽으로 올라오는 적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고, 스즈는 성벽 위로 난입해온 적들과 맞서 싸우며 나나리와 첼시를 호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 레이징 플레어-!! "
혼신의 힘을 다해 불꽃의 오라를 발산하는 스턴. 반군 병사 대여섯 명이 폭염에 휩싸여 쓰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다리를 통해서는 후속 병력이 끊임없이 위로 올라왔고, 이때만큼은 스턴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 큭, 이래서는 끝이 안나겠어! "
" ...준비는 끝났습니다. "
마침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옆에서 조용히 말해주는 아체. 이어서 그녀는 스턴 뿐 아니라 나나리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에게도 한마디를 해준다.
" 이 주문을 발동시키면 성 밖의 적들이 추가적으로 성벽 위로 침입하는 것을 저지할 순 있을 겁니다. "
" 대체 뭘 어쩌려고, 아체? "
스턴의 물음에 아체는 오른손을 수직으로 올리며 말한다.
" 여러분, 이곳 지반은 이제부터 심하게 흔들리테니 행여라도 성벽 아래로 추락하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
이윽고 영창을 끝낸 마법을 발동시키는 아체. 그녀의 손을 떠난 마법의 구체는 성벽 바깥, 반군 병사들이 서 있는 대지의 안으로 사라졌다.
「쿠구구구~」
지면아래에서부터 울림소리가 들려오면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지진이 발생하자, 성벽 밖에 배치되어 있는 반군 병사들이 조금씩 동요를 일으켰다.
「우지지직~」
진동이 점점 심해지는가 싶더니 대지가 균열을 일으켜 사방으로 갈라졌고, 갈라진 틈새 곳곳에서 지반이 솟구쳐 오른다.
「쩌저저적~」
대지는 이제 사람이 멀쩡히 서 있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고, 스턴들도 깜짝 놀라 저마다 성벽 밖으로 튕겨 날라가지 않기위해 성벽의 기둥 같은 곳을 굳게 붙잡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벽 위에서 난전을 펼치던 베르제프와 반군의 병사들도 지진을 견뎌내지 못하고 몇몇은 고정된 물체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다른 몇몇은 성벽 아래로 추락하는등, 성벽 위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성벽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바깥쪽의 아수라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 어스 퀘이크. "
지면을 향해 손을 펼쳐 주문의 명칭을 나지막하게 외치는 아체. 대지는 완전히 분쇄되어가기 시작했고, 반군병사들은 저마다 몸을 가누지 못한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 ....큭! "
일순간이나마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지면을 향해 자신의 마력을 더욱 집중시키는 아체. 곧이어 성벽의 바로 바깥쪽의 대지에 균열이 생기더니, 커다란 울림소리를 내며 성벽의 수평방향으로 끊임없이 갈라졌다.
" 따, 땅이 반으로 갈라진다! "
" 뒤, 뒤로 물러나!! "
경악하여 저마다 뒤로 물러나는 반군 병사들. 균열은 성벽의 수평방향을 타고 거침없이 이어져, 크라스 일행이 수비를 맡고 있는 북동방면의 방어선까지 영향을 끼쳤다.
" 어어어... 우와아앗!! "
갑작스러운 지진에 몸을 가누지 못한 체스터는 그만 균형을 잃고, 성벽 아래로 추락할 뻔하지만 다행히도 곁에 있던 파라가 잽싸게 손을 붙잡아 위기를 면하였다.
" 체스터, 떨어지지 않도록 아무데나 붙잡도록 해! "
체스터를 성벽 위로 다시 끌어올려 주고서 어디라도 붙잡고서 견뎌내라고 조언해주는 파라.
(이건 자연재해로 인한 지진이 아니야. 분명 주문의 효과에 의한 것인데, 이 정도 규모의 주문을 다룰 수 있는 것은...)
근처의 기둥을 붙잡아 몸을 지탱하는 크라스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 강력한 주문을 사용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을 해낸다.
지면이 완전히 갈라지고 나서 거대한 울림소리와 함께 성벽 바깥 쪽의 지면이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 아체가 위치한 남서쪽은 물론, 크라스들이 위치한 북동쪽도 예외는 아니었다.
" 보세요, 크라스 씨! 반군들이 서 있는 땅이 점점 뒤로 움직이고 있어요! "
파라가 손가락으로 성밖의 상황을 가리켰고, 크라스 역시 두 눈을 크게 뜨고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인간의 도약력으로는 건널 수가 없을 정도로 갈라진 틈새가 크게 벌어지고 나서야, 지면의 움직임은 비로소 정지되었다. 크라스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바라보니 갈라진 틈새의 깊이는 육안으로는 그 끝을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 과연. 이걸로 성 밖에 있는 적들이 추가적으로 성벽 위로 올라올 수가 없게 되었군. "
남서쪽 성벽에서는 아체가 방금의 커다란 마법의 사용을 마치고서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 굉장해, 아체! 땅이 저렇게 갈라졌으니 저들도 더 이상은 성벽으로 올라오지 못할거야! "
그녀의 바로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스턴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이곳 부근의 지형자체를 아예 바꿔버릴 줄이야.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가 없군.]
감탄하기는 딤로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아체의 지금의 마법으로 인해, 동료들이 다시금 기운을 차리게 된 셈이다.
" 좋아, 그럼 성벽 위로 올라온 반군들만 처리하면 되는거지? 이 정도면 충분히 싸워볼 만해! "
" 아체 씨의 노력을 헛되게 하진 않겠습니다! "
기세등등하게 외치는 나나리와 첼시.
" 자, 모두들! 이제 성벽에 올라온 적들에게만 신경쓰면 돼! "
스턴의 격려에 베르제프의 병사들도 이내 기운을 되찾고는 저마다 함성을 내며 성벽으로 난입한 반군들을 상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체가 대지를 절단해버렸기에 성벽 위로 난입한 반군들은 역으로 고립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 장군, 땅이 갈라진 틈새가 너무 넓은 데다가 절벽처럼 되어 있어, 도무지 건널 수가 없습니다! "
" 이 무슨 일인가! 이러면 성벽으로 올라간 우리 병사들이 도리어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
반군의 지휘관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발을 구르며 흥분만 할 뿐, 이것을 타개할 만한 대책을 세우진 못하였다.
" 진동이 이제야 멈춘 듯 하네요. "
농성전이 펼쳐지는 성벽에서 보다 바깥 부근에 위치한 숲 속, 그곳에서 길을 걷던 리무르가 대지의 울림이 완전히 멈추었음을 확인하고서 함께 걷는 우드로우와 아키드에게 이를 알려준다.
" 젠장, 전쟁으로 바쁜 와중에 지진까지 발생하다니... 성을 지키는 모두는 괜찮은 건가? "
고개를 돌려 성벽 부근을 바라보며 동료들의 무사여부를 걱정하는 아키드.
" 좀 전의 지진은 아무래도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 같진 않은 것 같은데. "
" 주문의 효과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드로우와 리무르는 이것이 자연재해가 아닌 주문의 영향일지도 모른다고 동일한 추측을 한다. 어쨌든 그 이야기는 접어두고 갈 길을 서두르는 세 사람. 이들 세 명은 현재, 숲을 경유하여 보다 후방 쪽에 위치한 반군의 본진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로 걷기를 약 15분, 숲의 끝에 초원이 이어졌고 바로 눈 앞에 커다란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다. 울타리의 곳곳에는 망루가 세워져서 병사들이 그곳에서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으며, 울타리 안쪽에는 크고 작은 천막들이 질서있게 세워져 있었다. 얼핏봐도 이곳이 반군들의 본영인 것을 알 수가 있었다.
" 제대로 도착한 것 같군. 돌입하기전에 먼저 진영의 상황을 알아야 할 듯 싶은데... "
" 제가 살펴보고 오겠어요. "
진영의 동태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우드로우, 여기에 리무르가 자신이 살펴보고 오겠다고 자원을 했다. 1년전, 레지스탕스에 소속되어 있을 때부터 첩보 역할을 수행해왔고, 더불어 최근에는 스즈와 함께 은밀행동을 해온 경력도 있는 그녀였기에 자신있게 자청을 한 것이다. 조심할 것을 당부하며 리무르를 첩보로서 보낸 우드로우. 약 5분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 돌아와서 상황을 보고하는 리무르.
" 경계가 매우 삼엄해서 깊숙하게 들어가서 확인해보진 못했습니다. 다만, 바깥에서 확인해보니 안쪽에 특이한 형태의 천막이 자리잡고 있더군요. 베르제프의 깃발이 꽂혀져 있는 것이 매우 눈에 띄었습니다. "
" 깃발이 꽂혀져 있다라.... 십중팔구 그곳이 총사령관이 머무는 막사겠지.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가 찾는 인물, 아돌프 도독이 있을테고. "
" 좋아. 그럼 잽싸게 일을 처리해볼까! "
양 팔을 좌우로 힘차게 움직이며 의욕을 보이는 아키드. 여기에 우드로우는 동행인 두 사람과 함께 작전을 최종적으로 더 검토를 한다.
" 작전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잘 숙지하고 있군. 그럼 지금부터 돌입하도록 하세! "
반군 진영의 입구, 이곳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중 한 명이 무언가를 감지하고, 창을 겨누며 날카롭게 외친다.
" 왠 놈이냐! "
「씨잉~」
" 크핫-! "
대답대신 날아온 하나의 화살이 어깨에 깊숙히 박혔고,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곁에 있던 다른 병사가 신속하게 경계태세를 알렸고, 진영 안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수풀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우드로우와 리무르. 경계병 세 명이 창을 겨누고서 이들 두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쨍겅~」
리무르가 반격으로 휘두른 검에 병사들의 창이 공중으로 솟구쳤고, 그와 동시에 후방에 서 있던 우드로우가 연속해서 화살을 날려 이들을 제압한다. 이러는 동안에 진영 안에서는 무장을 갖춘 다수의 병사들이 신속하면서도 규율잡힌 움직임으로 나오더니 순식간에 이들 두사람을 포위해버린다.
" 썬더 블레이드. "
어느새인가 주문의 영창을 완료한 리무르가 적병이 밀집한 한가운데에 뇌격의 검을 떨어트렸고, 검 주변의 적병들은 감전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 적은 겨우 둘이다! 공격해라! "
" 사이클론! "
이번에는 우드로우가 바람속성의 정술을 시전했고, 돌풍에 의해 반군의 일부가 휘말려 사방으로 흩어지고 만다. 강력한 정술공격에 반응을 한 것일까. 반군의 진영 안에서는 보다 많은 병사들이 무장을 갖추고서 밖으로 나와 우드로우와 리무르를 협공하기 시작했다.
" 우드로우 씨. "
" 아키드 군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이 저들을 조금이나마 더 이쪽으로 끌어내야 하네, 리무르 군. "
" 알고 있어요. "
포위된 상황에서도 두사람은 전혀 위축됨이 없이 당당하게 맞서나갔고, 이들이 거세게 맞설수록 반군 전체의 시선은 진영의 입구부근으로 집중되었다.
" 아직도 처치하지 못한거야? "
" 적은 정말로 둘 뿐인거야? 앞서 나간 녀석들이 몇명인데, 두 명을 여태 처치못했다는건 이상하지 않아? "
진영 안에서는 무장을 한 채로 대기중인 병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 둘이 아니라 셋이지! "
「쿠웅~」
반군병사들의 한가운데로 착지하며 호쾌하게 소리치는 아키드. 놀란 병사들이 대응을 하기도 전에 아키드가 민첩한 움직임으로 이들을 단숨에 제압해버리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 역시나 입구쪽에 병사들이 집중되어서, 진영 안에는 숫자가 몇 안되는군. "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아키드의 앞길이 마냥 쉬운 것 만은 아니었다. 아키드가 진영 안으로 난입하자, 거기에 반응하여 주변에 대기중이던 반군병사들이 일제히 창칼을 겨누며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 예비 병사들이 꽤나 남아있었잖아? "
진영 안에도 생각 외로 많은 병력이 남아있었다는 사실에 의외라는 표정을 보이는 아키드였지만, 그렇다고 기가 죽거나 하진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대부분이 싸움과 싸움의 연속이었기에 이 정도 상황에 위축될 리가 없었고, 위축되어서도 안된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정면돌파를 택하는 아키드. 상체를 약간 낮추는 준비동작을 행하고서는 번개와도 같이 반군들에게로 뛰어들었다.
" 비켜! 너희들에겐 볼 일이 없어! "
힘이 넘치면서도 날렵한 움직임으로 병사들의 포위를 돌파해내는 아키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예병들이었지만, 흡사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와도 같이 날뛰는 아키드를 막을 수는 없었다. 병사들을 닥치는데로 때려눕히며 오로지 앞으로 전진하는 아키드는 이내 자신의 시야에 깃발이 꽂힌 천막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기세를 더욱 올렸다.
" 적이 도독을 노리고 있다! "
" 뭣들하고 있어? 어서 막아!! "
당황하면서 아키드에게 달려드는 반군병사들이지만, 한참 기세가 오른 그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인 듯 했다. 적의 포위를 뚫어내고서 마침내 목표인 천막 앞까지 당도한 아키드.
" 도착했다! "
아키드는 호흡을 가다듬고서 천막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 안에는 역시나 일행들의 표적, 반군들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인 아돌프 도독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아돌프는 태연하게 의자에 앉은 채로, 서책을 읽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무리 신경이 둔하다 해도, 바깥의 상황을 모르고서 이런 행동을 할 리가 없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태도에 아키드는 순간이나마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상대를 내려다 보았다.
" ....우드로우의 동료, 그것도 혼자서 이곳으로 잠입한건가? "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아돌프 쪽이었다. 그는 보고 있던 서책을 덮어서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고개를 들어 아키드를 올려다 보았다.
" 도독님! 무사하십니까!? "
뒤이어 병사 여러명이 천막 안으로 뛰어들어와 아돌프의 무사여부를 묻고는 일제히 아키드의 목을 향해 창칼을 겨누었다. 여기에 아돌프가 손을 흔들며 병사들에게 검을 치우라는 명을 내린다. 이윽고, 아키드에게 묻는다.
" 그래, 불리한 전황을 타개하기위해 총사령관인 나를 노린 것이로군? "
" 잘 알고 있군. 그래, 그 말대로야. 당신만 사로잡으면 이 바보같은 싸움은 종결이 날 테니깐. "
차갑게 대답하며 한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아키드. 병사들이 다시금 창칼을 겨누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아돌프가 제지한다.
" 바보같은 싸움.... 잘 알고 있군. 그래, 이 전쟁은 어리석은 짓이다. 나 역시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
" 잘 알고 있다는 자가, 모반을 일으켜? 마음에도 없는 소리 작작 하시지! "
성을 내는 아키드였지만, 아돌프는 차분하게 반응했다.
" 모반이라고 했는가? 그쪽은 그럼 베르제프 보수파 대신들의 편중된 말만 듣고서 우리를 반역자라고 낙인을 찍은건가? "
" 모반을 꾀하던 꾀하지 않던 간에, 당신의 지금 이 행동은 잘못되었어. 그것만큼은 머리 안돌아가는 나도 확실히 알 수 있다구! "
" ...자네와 우드로우들은 우리가 어떠한 입장에 서 있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군. "
" 알 생각도 없어! 자, 험한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지금 즉시 이 싸움을 중지시켜. "
" 유감스럽다만, 이 이상의 대화는 시간낭비로군. "
아돌프가 말을 마치자, 주변 병사들의 창칼이 아키드에게로 겨누어졌다.
" 나를 사로잡겠다는 책략은 확실히 인정을 해주겠다만 자네 혼자서 무얼 할 수 있다는 거지? 여긴 우리의 본진이고, 오히려 자네가 포위된 상황이나 다름없지. 이 작전은 중지하고 조용히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나? "
도리어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아키드에게 알려준 아돌프는 이어서 아키드에게 포기하고서 얌전히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러한 요구를 들어줄 아키드가 아니다.
" 빈 손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면 애초부터 이곳에 뛰어들지도 않았을거야! "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자세를 낮춰, 오른발을 뻗은 채로 360도 회전하여 적들을 모두 넘어뜨리는데 성공한 아키드. 뒤이어 개개인에게 주먹질과 발차기를 가하여 모두를 천막 밖으로 내쫓아낸다.
" 도독님! "
천막 밖에서 무장상태로 경계중이던 다른 병사들이 안으로 들어서려 했지만,
" 정령빙의, 세르시우스! "
그 자리에서 얼음의 대정령과 빙의를 개시한 아키드. 정령의 힘을 발산시키자 천막을 중심으로 커다란 빙벽이 형성되어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되고 만다.
" 이걸로 상황은 역전. 혼자남게 된 것은 그 쪽도 마찬가지가 되었어. 미리 말해두겠다만, 외부에서는 결코 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거야. 대정령의 힘을 빌려 소환한 바깥의 벽은 평범한 인간들의 힘으로 부술수 있을 정도로 허약하진 않거든. "
대정령의 힘을 빌려, 불리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는데 성공한 아키드. 비로소 아돌프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뒤의 장식에 걸려져 있는 긴 막대기를 손에 쥐었다. 겉부분을 덮고 있는 천을 벗겨내자, 막대의 끝부분에 예리하면서도 뾰족한 칼끝이 드러났다.
" ....창? "
그렇다. 아돌프가 손에 든 무장은 틀림없는 창이었다.
(부하를 앞세우고 뒤에서 잔머리나 굴리는 부류인줄 알았는데, 직접 싸울 능력도 있었단 말이야?)
아돌프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가 싶더니 손에 든 창을 전방위로 크게 휘둘렀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위기를 느낀 아키드는 다리를 굽히고 상체를 숙여 회피를 했다.
「촤악~」
참격이 천막을 반으로 갈라버렸고, 외부에 소환된 두터운 빙벽까지 베어버린다.
" 아니!? "
정령빙의를 이용한 자신의 힘으로 소환한 빙벽이 맥없이 허물어져버리자, 아키드는 적지않게 당황했다.
" 오오, 얼음이 무너졌다! "
" 도독님을 지원하라! "
빙벽의 바깥에서 대기중이던 병사들이 일제히 아키드를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아돌프가 고개를 저으며 부하들의 개입을 막았다.
" 그만들 둬라. 단신으로 우리 본진에 잠입을 한 것 뿐만 아니라, 고수준의 정술까지 구사하는 상대이다. 너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
" 도독님, 그럼 어찌하실... "
" 내가 직접 상대하는 수 밖에.... 실전은 실로 오랜만인지라 예전만큼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만. "
왼손으로 창을 비껴잡고는 혼자서 아키드를 상대하겠다고, 선언한 아돌프. 그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아키드는 알 수 있었다.
(정술로 만들어진 빙벽을 손쉽게 베어버리다니....! 이거 예상과는 달리 어려운 싸움이 될 지도 모르겠는걸....)
전에 없던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수인식 고무술의 기본자세를 취하며 전투준비에 들어가는 아키드. 단순한 책략가로만 여겨졌던 도독 아돌프는 그 자신도 상당한 실력자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반군의 본진에 침입한 아키드는 도리어 어려운 싸움에 휘말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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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